<납작하게 밟아 버리려던 작업>, 2022-2024, steel, cement, silk, 80x80cm
눌러서 남겨두기 / 신종민
<공간 확보> 전시는 작업물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작업을 만들기 위한 ‘공간 확보’로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조각은 덩어리로 존재하여 공간을 점유한다. 공간의 한계에 다다른 끝내 곤란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상황에 덩어리는 언젠가 처리(버리거나, 해체하거나)를 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조각을 ‘처리’의 순간에서 잠시 멈추어 버림 대신 눌러서 남겨두기를 택한다.
작업은 압력과 중력, 그리고 물리적 힘에 의해 일그러지고 왜곡된다. 한때 중심을 가지고 있던 입체는 눌림 속에서 중심을 잃고, 부피는 납작해져 얇은 선과 면으로 흩어진다. 빈 공간이었던 내부는 표면 위로 밀려 올라온다. 이것은 마치 입체를 가능케 했던 조건들을 되돌려 구성된 재료와 구조적 형태가 부피가 없었던 상태로 돌아가는 듯하다. 폴리곤이 화면 밖으로 나와 조각으로 구현되었던 그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평면으로 돌아가는 과정과도 같다.
하지만 이 평면화 과정은 완전한 복원이 아니다. 그저 힘에 의해 비틀리고 찌그러지며 조각의 또 다른 형태를 얻는다. 납작해진 조각들은 스크린처럼 매끄럽지도, 설계 도면처럼 규칙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충격의 흔적과 밟은 행위들이 만들어낸 자국들을 가진 채 왜곡된다.
전시가 중반부로 흐르고 나면 조각으로 인해 점유된 옥상의 공간도 납작하게 만들어져 공간이 확보될 것이다. 그리고 덩어리였던 조각들은 폐기되지 않고 보관되어 운명을 새롭게 한다.